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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9 01:41 2006/08/19 01:41
만남으로부터 배우는 것들

사람을 만나다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사람을 만나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것이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을 반면교사로, 혹은 역할모델로 삼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든 다른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게 아닐까. 내 자신이 아직 어리다고, 혹은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끼는 계기도 다른 이들과의 만남이다.



프로필은 무엇을 말하는가?

수업을 들으면서, 미팅이나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혹은 학교나 직장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사람의 프로필을 간단히 언급하곤 한다. 물리과, 통계과, 간호학과, 국문과, 의예과 같은 학과부터, 고대 미술학부 01, 연대 기계과 04, 서울대 산공, 성대 공대, 하버드, 컬럼비아 같은 학교 정보까지 보통 말하곤 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삼성, LG, SK, 맥킨지 같은 회사 이름을 대기도 한다. 이런 정보가 과연 그 사람의 무엇을 말해주는걸까. 보통 이 정도의 이유일까?

A. 그 사람의 성취정도를 나타내준다.
B. 그 사람이 속한 단체를 보여줌으로써 성향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

A에 관해서는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하지만 여기에는 학벌과 같은 복잡하고 논쟁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개인의 성취는 어느정도 범위에서 성취결과와 비례한다. 다만, 어느정도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지 완벽하게 1대 1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즉, 상관계수가 1은 아니다. 같은 현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성취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는 결과가 과정을 말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

예를 들어, 전국 학생들 중에 10,000등을 해서 A대학 B학과에 들어간 친구 a가 있다고 치자. 그 대학 그 학과에는 15,000등을 해서 들어온 친구 b도 있다. 그런데 X라는 대학평가에서 A대학 B학과는 전국에서 1위로 꼽혔다. 한편, 전국에서 5,000등을 해서 C대학 D학과에 차석으로 들어온 친구 c도 있다. C대학 D학과는 X 대학평가에서 2위로 꼽혔다. 그렇다면 결과로 과정을 말하는 간단한 산수로는 a와 b는 비슷하고, c는 그에 비해 조금 못한 성취를 보여준 걸까? 물론, 20,000등을 해서 C대학 D학과에 들어간 d라는 친구는 a와 b에 비해 나은 성취를 보여주지 못한 거겠지.

이런 얘기, 꽤나 복잡한 양상이다. 진실은 0과 1 사이 어디쯤 있겠지. 나 역시 결과가 상관없다는 쪽도 어이없지만, 결과의 레벨이 1위라고 스스로도 1위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싫다. 그렇다면 그 중간 어딘가에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할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나보다. 분발하자.

B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너무 일면만을 보는 건 아닐까. 물론, 일면이 전부인 인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개의 인간은, 특히 다른 세상과 교류가 많은 인간은 상당히 많은 면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판단, 일종의 스트레오타입을 가정하고 있는게 아닐까. 조금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작으로는 썩 나쁘다고 할 수도 없을 듯 싶고. 하지만, 한 인간을 나타내기엔 상당히 부족하다. 무언가 다른 요소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A의 영향 때문에 계속 그러한 타이틀을 사용하는 걸지도.


관용에 대하여

나는 성장해가면서, 참을 수 없는 타입이란 것이 점점 줄어가는 것 같다. 그다지 사람을 가리지도, 별 것 아닌 일에 크게 마음을 쓰지도 않는다. 물론, 나에게도 싫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싫다'는 표현 역시 '싫다'. 싫다는 건 어쩐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듯한 느낌이라서. 그냥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두자.

사람이란 각자 자신이 사는 방식이 있는 것이고, 자기 나름의 삶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고,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기준과 관점, 생각이 존재한다. 내가 타인의 삶을 판단할 수 있을까? 내 기준이 절대적인 걸까? 세상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내가, 누구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세상이 생각보다 넓고,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록, 마음은 점점 넓어져간다.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만 다르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세상에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없어지는 거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과 좋아하지 않는 타입을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히 말해 개념이 있는가의 여부다. 사실, 여기에는 사회화가 어느정도 되었는지와 같은 맥락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2차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요점은, 스스로가 중요한 만큼 타인도 중요하게 여기느냐 하는 것. 그런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인간은 피할 수밖에 없다.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에 대하여

예전에 분명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에 대하여 몇 번이나 쓴 적이 있다. 이 주제는 언젠가 하루키가 썼던 단편인데, 썩 마음에 들었달까. 그렇지만 내가 성장하면서 얻은 교훈을 다시 한번 여기에 적용하고 싶은 요즘이다. 나 자신부터 100퍼센트가 아니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100퍼센트일 수 있을까.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을 거다. 인간은 누구나 상당한 모순점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고, 그러한 모순의 경계를 전진시켜 나가는 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스스로 모순된 존재고, 타인이 보는 것보다 많은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인간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에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타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고, 스스로의 모순은 넘어가면서 타인의 모순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 나는 그러한 기준들을 여자아이에게 적용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그런 기준을 남자아이에게 적용하고 있을테고. 세상은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런 것들, 아직 어린 탓이겠지. 아직 어려. 좀더 성장하자.



중요한 점은, 나는 성장하려고 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지라는 요소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2006/08/13 01:30 2006/08/13 01:30
조르주 루오 특별전

최근에 미술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그 중에 특별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굵직한 세 가지 전시를 꼽자면 역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거장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 그리고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르주 루오 특별전을 들 수 있다. 피카소전과 루오전은 둘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인상파전과 피카소전은 서울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관람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루오전은 대전에서 열리기 때문에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대전에 갈 일이 있던 차에 기회가 닿아 루오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루오라는 화가는 어떤 사람이냐? 글쎄, 내가 무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종교화와 판화 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1871년에 태어나 1958년에 사망했으면, 1881년에 태어나 1973년에 사망한 피카소와 거의 동시대 인물이다. 또한, 1800년대 말에 프랑스에 있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이 시기의 프랑스는 인상주의가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고 있던 시기다. 물론, 인상파 화가들의 경우, 루오나 피카소 같은 사람들의 삼촌뻘이 되는 사람들로, 후에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와 같은 미술사조들에 영향을 끼쳤다. 어쨌든, 루오는 귀스타브 모로 밑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고, 어릴 적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에서 항상 나타나는 검은색의 두꺼운 외곽선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작품에 대해서 쓰는 편이 좀더 유익할 듯 싶다. 루오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회화가 반, 판화가 반 정도인 느낌이었다. 회화는 유화가 많고,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데생이나 수채, 크레용이나 잉크를 사용한 작품들도 종종 보였다. 판화는 동판화, 석판화 등이 있었고, 채색을 한 판화도 상당수가 있었다. 판화 작품들은 대체로 책의 삽화로 제작된 것 같은데, <위비 영감의 재림>, <유성 서커스단>, <수난>, <미제레레> 등이 있었고, 무려 보들레르의 <악의 꽃> 삽화를 찍어내기도 했다.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은 딱 하나(..) 그러나 이미지는 찾을 수가 없다. Autoportait(1895) [자화상]이라는 작품으로, 연필과 목탄을 이용한 데생이다. 눈이 또렷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인물화는 빠져드는 느낌이 있는 것들이 좋다.

이외에는 루오 아저씨의 색감이라든지 그림체가 썩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물론, 좋아하는 분들은 있겠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뜻. 사용한 색깔이 초기에는 상당히 묘한 조합이었다. 예를 들어, 청록에 빨강을 배합하고, 거기에 물빠진 파랑과 노랑 따위를 마구 배치하고 있었다. 또는 검은색과 아주 검은빛이 감도는 초록색을 섞어놓거나 했다. 아저씨의 색깔 센스는 대체;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간혹 멀리서 보면 그나마 어느 정도 예쁜 색이 감도는 작품들도 있어서 대강 넘어가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판화에서 시작되었으니. 다음의 <미제레레> 시리즈를 보자.
(이미지 출처는 <미제레레> 링크를 따라가면 됩니다.)

제목: Qui ne se grime pas? (분장하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1923)


제목: ... son avocat, en phrases creuses, clame sa totale inconscience ... (... 그의 변호사는, 공허한 문장들로 그의 전적인 무죄를 주장한다) (1922)


제목: Dame du Haut - Quartier croit prendre pour, le ciel place reservée. (부촌의 마님은 천국을 마치 예약된 자리처럼 믿는다) (1922)


맙소사! 이 아저씨, 세계관이 참 무섭다 (..) 색 취향이나, 그림체도 그렇지만 말이다. 말년에는 유화물감을 마구 덧칠해서 그림을 부조처럼 만들어버렸다. 칠이 두꺼운 정도가 아니라 '부조'다. 분명히 그림이 '입체적'이다. 다음은 그의 후기작 중 유명하다는 Sarah.

Sarah, Georges Rouault(1956)


글쎄,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라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루오 아저씨의 그림 중 많은 부분이 예수 그리스도 등을 그린 종교화였는데, 어째서 (어떤 의미로든) 염세적 세계관을 그림에 투영했는지 알 수 없다. 현실의 삶은 그렇게 죄악으로 점철되어 있으니 종교를 통해 구원을 얻으라는 의미였을까? 그의 서커스 판화/회화 시리즈도 광대들의 어두운 모습을 주로 포착하고 있었다. 글쎄, 확실히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들이 뒷편에서는 어두운 모습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소소한 '어두움'들이 그의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염세적인 듯한 세계관과 어우러져 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글쎄, 어쨌든 대전시립미술관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으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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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1 22:27 2006/08/11 22:27
물리학과 포커, 지적능력의 세계
World Series Pocker Theorist

얼마 전, Cosmic VarianceWorld Series of Pocker에 출전한 Michael Binger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Binger는 SLAC(스탠포드 선형가속기 연구소)에서 막 박사학위 논문을 디펜스한 입자물리학자. 포커 대회에서는 8700명 중에 3위를 기록, $4,123,310 (약 41억원)를 상금으로 챙겼다.

Michael Binger의 프로필

출처: www.pokerpages.com



사실, 뭐 심심치 않게 이런 사례를 보게 된다. 1990년대에 MIT 수학과 사람들이 전 미국의 카지노를 돌며 블랙잭 게임을 해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모험담이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 책이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라는 책인데, 꽤 흥미롭다. 사실, 확률론 같은 수학분야는 도박에서 출발한 것이고, 도박에는 이런저런 수학적 원리들이 많이 숨어 있다. 패턴을 찾고, 카드를 분석하고, 두뇌를 사용하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두뇌를 사용하는 게임은 운에 모든 것을 거는 일반적인 도박과는 조금 다른 핀트를 가지고 있다. 명석한 두뇌가 곧 돈으로 바뀌는 게임인 것이다.

Michael Binger는 이 상금을 가지고, 직장에 대한 걱정 없이 물리학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두뇌를 사용하는 지적 게임으로 돈을 벌어, 좀더 깊은 의미에서의 지적 게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꽤나 유쾌하지 않은가?


오늘, 오랜만에 양자역학 책을 펴들고 후배에게 양자역학의 기초에 대한 설명을 이것저것 들었다. 해밀토니안, 선형대수, 델타펑션, 허미션 오퍼레이터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뇌가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 기분이 묘하게 좋기 때문에 이 즐거운 게임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어렵다. 그러나 나의 두뇌가 확실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어쩐지 즐거운 기분.

돈은 돈이고,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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