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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3 02:05 2010/09/03 02:05
그립다
때때로 삼겹살집에서 만나 소주 한 두 잔을 반주로 삼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모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카페에서 작은 티라미스 한 조각을 앞에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일도...

오늘은 친한 친구의 생일이다.



2010/08/22 00:41 2010/08/22 00:41
Self Identity
작년에 진로를 이쪽으로 정하고 준비를 했을 때부터, '의사가 될 사람'이라는 말이 정말로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거부감 마저 느껴졌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하고, 그 이후엔 별 고민없이 물리학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란 자아상은 확고했다. 군대에 가서도 나는 군인이 아니라 물리학도였고, 회사에서 일할 때도 어설프게 경영대 출신 흉내내는 이공계생이 아니라 물리학을 공부하는 게 자랑스러웠던 물리학도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부터 '의사가 될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것에 적응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불과 지난 학기가 끝날 무렵까지만 해도 나의 자아상은 의학도라기 보다는 물리학도였고, 그것으로 엄청난 암기량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합리화했다. 어려운 것은 전혀 없다고, 다만 암기할 양이 많아서 힘들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학교 주변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을 때, 문득 작년에 학교 면접을 보기 위해 이곳에 내려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약도를 프린트한 종이를 들고서 두리번 거리던 기억이 떠올랐다. 불과 1년 전에, 처음 와보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찾아 갔었다. 그 때에도 물론 나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몰랐다. 의사가 되려고 한다는 사실도 실감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우스운 이야기다. 지원을 위해 작성한 자기소개서에는 왜 내가 이곳에 오고자 하고,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는 적혀 있지만, 졸업 후 계획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기술되어 있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확신에 차있던 다른 많은 지원자들을 제치고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합격자 통보를 받은 시점에도 나는 절실하게 의사를 꿈꾸지 않았고, 대신에 전략펌에 레주메를 보내고, 비즈니스 케이스를 풀고,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어제, 지금은 익숙해져 버린 이곳의 지하철역에서 작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생경함을 떠올리고 나자, 이제는 내가 진정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의학도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라는 그릇에 '의학'이란 물이 가득차 드디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고 할까. 학부 때 물리학을 공부했던 것은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의학을 충실히 공부해서 나중에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충실하게 치료하는 의사가 될 의학도인 것이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들은 그 때 꼭 필요한 것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며칠 전 수업 시간에 '이것은 잘 모르지만 다른 것, 예를 들어 양자역학은 좀 안다'고 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자, 이제부터 정말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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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23:37 2010/08/11 23:37
2010/8/11: I will tell you something
한 달에 한 번씩 포스팅하는 기분. 그만큼 반성도, 계획도, 생각도, 열정도, 의지도 없는 생활이었던 걸까. 그냥 덥다는 생각뿐이다. 의학에 몸담고 있지만 의학보다 의료 시스템에 관심이 더 많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건지, 내가 이 일에 정말 재미를 느끼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학부 때 물리학 공부하던 시절엔 확실히 물리학이 즐거웠다. 그것과 비교를 하자면 정말 지금은 재미 따윈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물리학을 하겠다고 붙어있을 때에도 처음에 무척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도 너무나 모르는 내용이 많았고, 수없이 질문을 해도 의문이 모두 사라지진 않았다. 힘들었고, 재미도 많이 잃었지만, 잘 하고 싶다는 갈망 같은 게 있었다. 모두가 말릴 때, 내가 좋아했고, 가치를 느껴서 선택했다.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정신적 이유로 그 시절 내게 의미가 컸던 학문이었다.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마약같은 정신적 즐거움과 의미에 중독되어 물리학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스스로 의학도라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 가지만, 그만큼 날 중독시켜 이 일에 빠져들게 할 만한 무언가가 없어져 있다. 결코, 별다른 고민 없이 주어진 길을 따라가 적당히 풍족한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물리학보다 세상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고, 그렇지만 사이언스를 벗어나 비즈니스로 가고 싶지는 않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비즈니스 세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갈망하고 있고, 그곳에서 쓰는 방법론이 마음에 들고, 관련 문헌을 읽고 있다. 내가 지금 전공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서는 어떤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렬한 관심, 열정, 갈망,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미 같은 것들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잘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을 잘 할 수는 없는 거다. 그런 갈망이 노력, 의지 같은 것들에 의해 열정으로 바뀌어간다. 재미를 느끼고 잘 하고 싶다,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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