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도 유명한 <괴물>, 드디어 봤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은 접습니다. 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동생이 영화 보러 가자길래 별 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새로 건축했다는 단성사에 갔었는데, 꽤 괜찮다는 느낌.
예전에 쓰던 8mm 영사기도 전시되어 있다.
어쨌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괴물>을 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
일찌감치 자리를 찾아 상영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봉준호 감독도, 송강호나 박해일도 그다지 관심 없었다. 무슨무슨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더라 하는 얘기도 흘려들었고.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지 배두나 씨가 출연했기 때문. 너무 단순하지만, 내게 배두나라는 배우는 그만큼 존재감이 있다.
어쨌건, 영화가 시작하면, 주한미군 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를 하수도에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것이 괴물이 만들어진 원인이라는 암시를 주는 듯 하다. 그런데 포름알데히드라면 사체를 보관할 때 쓰는 액체로 알고 있는데, 괴물이랑은 무슨 관련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
나는 이 영화에서 배두나 씨를 제외한다면,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 싶다.
첫째, 인간 세상에서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에 의해 구분되는가. 모든 이들이 미친 나라에서는 정상인이 미친사람이 된다. 정상이라는 것,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단지 평균적인 인간상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런 거라면 정상이란 것이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현실만을 본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은 피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미쳤다고 치부해버린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답답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터미네이터를 보았고, 미래에는 핵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 위기에 처한다는 것을 말하는 새러 코너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과연 누가 미쳤는가. 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강한 인간,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인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인간이 많아져야 세상이 좀더 나아질텐데.
둘째, 가족이란 무엇인가. 괴물에게 잡혀 사라진 현서를 찾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힘을 합친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괴물에게 죽고, 아버지는 두개골에 구멍까지 뚫리고, 삼촌과 고모는 온갖 고생을 다한다. 가족이란 그런 의미일까. 아버지가 현서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 가족들은 모두 그 말을 믿고 현서 찾기에 나선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믿음이란 걸까. 사소해 보이지만, 그건 매우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셋째, 사실 '괴물'은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 같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사는 걸까. 인구 천만의 도시에서, 세상은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변해간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익명의 인간들. 나 역시 그런 인간들 중 하나가 되어가면서 사람들 사이에 괴물을 키워가고 있는지도.
어쨌든.
- 괴물이 출현할 때에는 박진감 넘쳤다. 깜짝깜짝 놀래는 경우도 있었고-.
- 두나짱 최고! 마지막에 괴물에게 불화살을 날릴 때도 멋졌고. +_+
-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확실히 톱클래스 영화라는 느낌. 문외한이 이 정도 느낌이 들 정도라면 확실히 대단한 작품이겠지.
재밌었다. 어쨌든.
현서가 죽어버려서 슬프긴 했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