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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20:49 2010/03/09 20:49
제너럴 닥터 /김승범·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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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but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by 오노 요코, 재인용) (p.199)


2010/03/07 01:51 2010/03/07 01:51
시작
3월 7일. 2010년의 66번째 날이므로, 벌써 올해의 18% 정도가 지나버린 셈이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이렇게 수업을 많이 듣는 것도, 해야할 일이 잔뜩 생긴 것도, 그 와중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사들도 오랜만이다. 그래도 이곳에서 무사히 둥지를 틀고, 차근차근 적응해가고 있다.

곧 시작하겠지만, 아직 시험도 보지 않았고, 실습도 들어가지 않아서 내가 공부할 것들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면 시작될 해부학 실습에서 마주할 카데바에 적응하기 위해 본 해부학 입문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카데바를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왔던 현대과학의 유물론적 세계관을 철저하게 적용하는 수밖에 없을까? 이미 생명이 꺼져버린 육신과 그 육신이 지니고 있던 인격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하는 걸까?

내 육체가 '나'라고는 할 수 없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아바타가 하나의 '인격'이라고 불릴 수는 없는 것이다. 육체는 세상에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주는 매개체가 아닐까. 내 육체도 그러하다면, 카데바는, 육체를 기증해주신 한 인격이 세상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던, 그리고 이젠 남기고 떠난 매개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소고기나 돼지고기 따위의 다른 종의 육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없이 부위를 논하고, 식감을 말하면서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육체에 대해서는 그러기 힘든 것일까. 다른 종의 죽음과 같은 종의 죽음은 다르기 때문일까? 같은 종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다보니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동영상에 나온 독일 해부학 교수의 카데바를 대하는 담담함은 왠지 닮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2010/02/23 16:12 2010/02/23 16:12
불안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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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이었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성적 고민이나 진로 고민 등을 하는 것을 보아 왔다. 중고등학생 때는 성적에 대한 고민, 외모에 대한 고민,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 같은 게 끊이지 않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진로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대학원을 가야하나 취업을 해야하나? 어떤 분야로 취업을 해야하나? 전문직이 좋을까? 돈보다는 꿈을 쫓아야 할까? ... 그런 고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내키는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대체 왜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결국, 그런 고민들이 '사회에서 높게 평가하는(혹은, 그렇다고 생각되는) 가치'와 '자신이 높게 평가하는 가치'의 충돌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가? 무엇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를, 또 소유하기를 갈망하는가.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지위에 대한 불안' 문제를, 정의에서 시작하여 원인을 다섯 가지(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로 정리한 후, 이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섯 가지 해법(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을 제시한다.

우리의 불안은 대개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오는데, 보통은 이 책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이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해 왔으며,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회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산물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를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위에 대한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만큼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잘 파악하게 해주어서, 우리 자신이 어떤 가치체계를 가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체계는 충분히 변화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다만,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내용을 좀 더 고민해서 써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 경우에도 그렇고, 해법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된 후에는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현실세계에서 살아나가야 하나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정말이지, (만화 캐릭터이긴 하지만) 아리마 소우이치로, 미야자와 유키노를 비롯해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추천해준 ㅅ군에게 감사를 전한다.



*인상 깊은 구절:

-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만 않으면 오랜 기간이라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다. 병사나 탐험가들이 그런 예다. 그들은 사회의 극빈층이 겪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궁핍을 기꺼이 견디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버텨낸다. (p.17)

-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애정은 성취와 관련을 맺기 시작한다. 예의를 지킨다든가, 학교나 다른 곳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든가, 계급이나 명성을 얻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훌륭한 행동으로 남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근저에 깔린 감정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부엌 바닥에 집짓기 블록을 늘어놓기만 해도, 부드럽고 통통한 몸을 뒤치며 믿음이 담긴 눈으로 말똥말똥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를 끌어안아주었던 그 관대하고 무차별적인 사랑을 다시 붙잡고 싶기 때문이다. (pp.30-31)

- 자신의 자리에 확신을 가지는 사람은 남들을 경시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만 뒤에는 공포가 숨어 있다. 괴로운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만이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느낌을 심어주려고 기를 쓴다. (p.35)

-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커다란 불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근접상태다. 일반 병사는 상사나 상병에게 느끼는 것과 비교하면 장군에게는 질투심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뛰어난 작가 역시 평범한 삼류작가보다는 자신에게 좀 더 접근한 작가들로부터 질투를 더 받는다. 불균형이 심하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며, 그 결과 우리에게서 먼 것과 우리 자신을 비교하지 않게 되거나 그런 비교의 결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데이비드 흄, <인성론(A Treatise on Human Nature)>를 인용, p.59)

-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더냐? 금,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 마르쿠스는 칭찬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괴로워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p.158)

-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p.267)

-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 /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p.269)

- 그러나 울프는 쉽게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녀는 전형적인 정치적 전술을 구사하여,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관념이나 제도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때는 고통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거나 고통을 겪은 당사자에게 묻게 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아니라 관념이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된다. 수치감에 싸여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여자라는 것일까/피부색이 검다는 것일까/돈이 없다는 것일까]?" 하고 묻는 대신 "나를 비난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틀렸거나, 부당하거나, 비논리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묻게 된다. 이것은 자신의 무죄에 대한 확신에서 나오는 질문이 아니라, 자연주의적인 관점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제도, 관념, 법은 어리석과 편파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pp.281-282)

- 연구를 해보면 지위와 관련된 근대의 이상 역시 자연스럽지도 않고 신이 주신 것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다. 그것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생산과 정치 조직의 변화에서 생겨난 것이며, 그 이후 유럽과 북미로 퍼져나갔다. 신문과 텔레비전에 주입되어 있는 물질주의, 기업가 정신, 능력주의에 대한 열망은 체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그리고 다수는 이 체제에 의해 생계를 유지한다. (p.288)

- Wanderlust[여행을 좋아하는 마음] (p.311)

- 사람들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든 가장 힘 센 인간과 커다란 자연―큰 사막, 높은 산, 빙하와 대양―사이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주 큰 자연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우스울 정도로 작아 보이는 것이다.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다. (p.321)

- 다른 사람들이 이해 불가능하지도 않고 혐오스럽지도 않다는 생각은 지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회적인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삶이 모욕적이고, 천받하고, 초라하고, 추하다고 생각할수록, 그 삶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망도 강해진다. 공동체가 부패할수록, 개인적 성취의 유혹도 강해진다. (pp.330-331)

-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인식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그런 인식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어둡게 보지 않는다. 그럴 때 단단한 벽 뒤에 고립된 채 혼자 의기양양하게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약화될 것이며, 이것은 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된다. (pp.333-334)

-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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