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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02:06 2009/06/16 02:06
La vie en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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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잉여인간에 대한 고찰

전날 밤에 뒤척이다 늦게 잠든 탓에 아침에 힘겹게 눈을 뜬다. 오전 6시 40분. 서둘러 식사를 하고, 세수를 하고, 긴 팔 셔츠를 골라 입고 집을 나선다. 일요일에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기소개서는 한 글자도 채우지 못했다. 그럭저럭 오늘까지 해야할 일들만 마쳤을 뿐이다.

이 시간의 지하철은 비어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터 같은 치열함도 없다. 적당한 수준의 혼잡함. 출근을 하는 샐러리맨들과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그리고 편한 복장을 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대학생 혹은 백수들, 아니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

잠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이동해야 할 일이 없으면 전차 같은 건 운행할 필요도 없을거고, 러시아워에 지옥철 같은 건 타지 않아도 될 텐데. 그렇다면 대중교통이란 사업분야는 상당부분 필요가 없을 것이고, 거기에 연관되어 있는 많은 경제적 행위자들의 경제적 행위라는 것이 필요 없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모두 제거해 나간 후, 밑에서부터 다시 재건을 해본다. 먼저, 일단 먹고 살아야 하므로 음식물을 생산 또는 채집하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후에 필요한 것들도 생각해본다. 그렇게 인간이 돌아다니다가 다치거나 병들게 되면 그를 치료할 필요가 생긴다. 그 후엔 또 뭐가 필요할까? 사실, 그렇게 필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인간의 생존에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식량 문제와 기본적인 건강 문제가 해결되면 그 이상의 모든 것은 결국 문명의 이름으로 진행된 수요 창출의 과정이 아닐까. 수요가 많이 창출될 수록 해당 분야의 경제활동은 증가하고, 거기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각자 사회의 '확대된' 필요를 충족시킬 부가가치를 생산해낸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지나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확대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가가치 생산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육체노동의 많은 부분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고, 정신노동의 경우는 점점 능력있는 소수가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되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체의 확대된 필요는 모두 충족시키게 되었지만, 이를 위한 부가가치 생산에 기여할 필요가 없는(혹은 그럴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잉여' 인간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이런 관점은 전체 사회 시스템이 '평형'에 다다랐을 때 적용된다. 실제 사회 시스템에서는 '필요의 총량'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힘들고, 따라서 국소적인 경제계에서의 잉여 인력이 다른 부분의 경제계에서 덜 채워진 '필요'를 마저 채우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현실적인 관점은, (1) 전체 사회 시스템이 '평형'에 다다랐는지 알 수 없다. 즉, 과연 잉여 인간이란 것이 존재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2) 전체적으로 볼 때 잉여 인간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국소적 경제계에서는 잉여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필요로하는 위치와 연결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다. 물론, 이는 정보소통의 증가로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1.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의 총량' =< '부가가치 생산량'인 경우,
  인류의 역사를 통해 해왔던 것처럼 필요의 총량을 증가시킨다. ... 그러나 '필요'가 무한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2. 사회 전체적으로 '필요의 총량' > '부가가치 생산량'인 경우,
  a. 국소적 계에서의 '필요의 총량' =< '부가가치 생산량'인 경우,
   정보소통의 활성화로 인력을 재배치 할 수 있음
  b. 국소적 계에서도 '필요의 총량' > '부가가치 생산량'인 경우,
   태평천하.

사실 1번이 현실일 경우가 가장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재미있기도 하다. 결국 기존 규칙을 깨고 무엇인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음모론에서 말하는 전쟁이나, 최근의 녹색성장 같은 것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필요의 총량 증가에 한계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라면 ... 인류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겠군.

...이런 잡상을 하며 전철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2_하고 싶은 일들

예전엔 이런 것을 적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해야 할 일'에 치여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잊어버린 것 같다. 그러면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게 아닌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사들여서 읽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리고, 전시회도 보고, 여행도 가고... 그런 걸 하고 싶어하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뭘 해야할 지 사실 확신도 없고. 확신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바빴으니까. 나는 지금의 생활을 좋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냥, 오랜만에 순수하게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보고 싶었다.

- 중국어 공부해서 중국에서 중국어로 중국인과 대화하기
- 일본어 공부해서 일본에서 일본어로 일본인과 대화하기
- 시베리아 횡단열차 & 중앙아시아 여행
- 태국-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미얀마 여행
- 아프리카 등 오지에 기본적인 의약품 공급하기
-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
- 맛있는 음식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 대접하기
-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 전국일주
- 제주도 여행

사회적 성공... 하면 좋겠지만 그런 목표를 바라보고 살아가기엔 오늘 현재의 삶이 즐겁지가 않다.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목표야 어찌 되든 즐거운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3_looking on the past

3년 전쯤 썼던 글이 눈에 띄었다. 인용하고 싶었지만 생략.
과거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의 내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영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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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22:50 2009/06/07 22:50
Quarter-life Crisis를 넘어서
Wikipedia에 따르면, Quarter Life Crisis란 청소년기의 중요한 변화들 이후에 바로 따라오는 20대 초반~30대 초반의 기간을 의미한다. 단어 자체는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역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Quarter-life crisis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학력/지적 수준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해 불만족
- 인간관계, 직장생활, 적당한 직업이나 커리어 찾기에 대한 좌절
- 정체성의 혼란
-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
- 장기적 계획, 인생 목표에 대한 불안
- 현재의 성취에 대한 불안
-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재평가
- 자신의 직업에 대한 실망
- 대학, 고교 또는 초등학교 시절에 대한 그리움
- 극단적 의견을 가지는 경향성
-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루함
- 고교와 대학 친구들과의 가까운 관계 상실
- 재정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지나치게 많은 학자금 대출, 예상치 못했던 높은 생활비 등등)
- 외로움
-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 모든 사람들이 자신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Quarter_life_crisis)


이 시기에 이런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걸까. 한동안 내 마음 속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떨쳐버릴 수 없었던 무거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요 며칠 사이에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다. 마치, 풀리지 않던 문제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해답을 찾아내는 것 처럼 그렇게...

두려웠던 것 같다. 세상에 나가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힘들어도 버텨나가는 것이. 인생의 일부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 없고, 여러 가지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정말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 기간만큼은 누구와 비교를 하든 자신있다. 책까지 내신 구글러 김태원 씨와 비교해도 결코 그보다 열정적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으리라. 삶은 그랬지만, 내가 그보다는 마음이 좀 약했나보다. 너무 많은 일을 해봐서, 그 모든 일들이 하나도 쉽지 않음을 지나치게 일찍 깨달아 버렸나보다. 그래서 좀더 쉬운 길을 찾으려고,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하려고, 아직 내가 모르는 '더 좋은' 것을 찾으려고 그렇게 아둥바둥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나 한심했던 거다... 그래, 연구실 있을 때 모 교수님께서 한심하다고 했던 것, 그 때는 머리로만 인정했지만 이제 마음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쓴 글들 읽어보면서, 내가 왜 열정적일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쉽고 편한 것을 하기 위해, 또는 남들이 좋다는 걸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어렵고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을 뿐이다. 그리고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은 인정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많은 일들을 잘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중에 좀더 좋은, 아니 '쉬운' 길을 가려고 했기 때문에 고민이 시작된 것이었을까. 사실, 그 누구도 자신이 하는 분야가 좋다며 오라고 하지 않았다. 대개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낫다고 했지. (아, '어느 직장이나 직장인은 마찬가지다'라며 오라고 했던 분이 있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지나치게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나 역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던 것에 만족하고, 후회도 없지만, 아마 어떤 고교생이 물리학과에 진학하겠다면 별로 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이유가 없다면 웬만하면 말리기까지 할 것 같다. 정 하고 싶다면 말리지야 않겠지만.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며 조언을 구한다면 기꺼이 도와주겠지만. 다른 분들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후에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IBM 인턴을 통해 첫 번째로 얻고자 했던 것이 러시아 여행경비를 버는 것이었다. 그 해 겨울에 토플시험 준비를 하느라 결국 러시아는 못 갔지만. 어쩌면 그 때, 여행 한번 다녀와서 리프레시 하고 다시 삶에 매진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쳐서 약해졌던 건지도 모르니까.

힘들고, 어렵고, 인생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고... 그런 것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그리고 해야 할 이유를 발견하고 내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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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20:21 2009/05/25 20:21
▶◀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TV를 켰더니 비행기가 고층빌딩에 충돌해 빌딩 두 채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았던 생각이 났다.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달까. 참으로 어이 없고 황망한 일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생을 추구했던 '도덕성'이란 명제에 흠이 났을 때 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에서 고독하게 염치를 알았던 것일지도...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정직하고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 합니다.

-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사 中

지금 우리 사회는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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